장염에 걸린 화랑으로 스팁화랑

철권 2019. 8. 20. 01:03
이씨이이발-
화랑은 견딜 수 없는 복통에 잠을 자다말고 일어났다. 휴대폰 전원키를 누르니 지금은 새벽 4시 30분. 한창 골아떨어질 시간에 화랑은 배를 부여잡고 앞으로 고꾸라져 끙끙 거렸다. 갑자기 왜이러지 어제 먹은 거라곤 매운간장치킨이 다였는데. 씨발 그거 때문인가. 평소에 매운 음식을 선호하던 화랑이 장염에 걸린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였다. 화랑은 어제 내가 왜 그런 음식을 먹었을까 후회하는 와중에 복부에 신호가 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화장실과 방을 왕복하길 몇번째 화랑은 더 이상 쏟아낼 것도 없는 와중에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으아아아..
온몸에 물이 그곳으로 다 빠져나가는 느낌에 화랑은 한숨을 쉬며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변기를 내리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으악!
변기 안에는 혈액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 씨발 조때따. 화랑은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이 배설 해놓은 혈액을 보고 있었다. 어..어떡하지 죽을 병에 걸린건가? 흑흑흑 백사부님이 청소를 너무 시켜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가봐. 화랑은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머리를 감싸고 발을 동동 굴렸다. 최악의 생각에 눈물은 찔끔찔끔 눈망울에 맺히고 머리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었다. 화랑은 심각한 상황속에도 깨끗하게 손을 씻고 나와 지친 몸을 침대에 맡겼다. 아무리 절망적이여도 육체의 피로는 못이기나보다. 화랑의 볼에 눈물 한줄기가 또르륵 흐르며 베개를  적셨다. 내일 꼭 병원에 가야지.

화랑은 병원에 예약을 하고 내과로 향했다. 본인의 이름이 전광판에 뜨자 화랑은 노크를 하고 진료실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죠?
샛노란 금발에 젊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의사는 스티브 폭스. 탁자 위에 이름써있네.. 화랑은 그에게 까딱 목례를 하고 그의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닥터 스티브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화랑을 바라보며 탁자에 팔을 기댔다.
그게.. 어제 새벽부터 배가 너무 아파서..
혹시 묽은변을 보셨나요?
아..네네네..그리고 또 피가..
피요? 혹시 치질을 앓고 계신가요?
네?? 아니요? 저 잘먹고 잘쌉니다!
흠..피가 어떤 색이고 양은 얼마나됩니까?
빨간색이고 양은 꽤 많았어요
..그렇군요 fresh한 피에 많은 혈변이라.. nurse, rectal할 것 좀 들고 와줘요
네 Dr.스티브
닥터 스티브의 말에 간호사는 닥터의 장갑, 의료용 윤활제, 티슈를 트레이에 담아왔다. 스티브는 진료실 구석에 있는 커튼을 열어 젖혀 준비물을 침상에 올려놓고 기대어 화랑을 쳐다봤다. 잘빠진 눈썹이 한쪽으로 씰룩 올라가고  눈동자는 화랑에서 침대쪽으로 향했다. 뭐하냐 빨리 침대에 눕지않고. 뭐 대충 이런 싸인. 화랑은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닥터 스티브를 쳐다봤다.
환자분? 어서 침대에 누우세요 바지랑 속옷 내리고 엉덩이를 이쪽으로 향하도록 누워보세요.
에..?
화랑은 갑작스런 상황에 사고가 어긋났다. 저 잘생긴 미친넘이 뭐래는거야. 나보고 엉덩이 까고 침대에 누우라고? 화랑은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에 입술을 어버버되며 얼굴이 붉어졌다. 난 그냥 배가 아픈건데?? 난 그냥 배가..
궤양성 대장염일 수 있습니다. 급성일 경우 고열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죽기 싫으면 얼른 침대에 누우세요.
네.
화랑은 죽는다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신발을 벗고 침대로 올라갔다. 화랑은 벽을 보고 수치심에 느릿느릿 바지를 벗고 속옷을 벗으려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닥터 스티브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 눈이 너무 매정하고 차가워서 화랑 은 약간 서러워져 울컥했다. 화랑은 울며 겨자먹기로 속옷까지 허벅지에 걸치고 손톱으론 애꿎은 벽만 긁어댔다. 병원 괜히 왔어 그냥 참을걸. 화랑의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혔다. 그 사이 장갑을 끼는 소리가 들리고 젤을 짜는 소리까지 들렸다. 어떡해 진짜할건가봐. 화랑의 눈이 갈팡질팡하며 불안하게 떨렸다.
긴장하지말고 힘빼세요.
으악!
닥터 스티브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화랑의 항문에 그의 굵은 검지가 꽂혔다. 그리고 탐색하려는 듯이 자신의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손가락에 화랑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안은 깨끗한 것 같은데..
으아악..
조금만 더 힘을 빼세요.
ㅇㅡ으으..선생님..이제 그만..아으윽.. 빼주세요
흠.
화랑의 안을 헤집던 닥터 스티브의 손가락이 빠지고 화랑은 그제서야 경직되었던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아하아하아. 화랑이 숨을 고르는 사이 닥터 스티브는 화랑의 에널을 티슈로 닦아주었다. 그리곤 장갑을 벗어 바로 옆 세면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들리자 화랑은 얼른 속옷과 바지를 챙겨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닥터 스티브의 데스크 옆 의자에 앉았다. 닥터 스티브는 손을 다 씻고 타월로 닦아낸 다음 의자에 앉았다.
궤양성 대장염은 아니고 단순한 장염같네요.
네..?
혈변은 잦은 설사로 인해 항문쪽이 찢어져 생긴 증상이고 그 때문에 항문이 부어올랐네요
?
항문은 자연히 나을거고 장염 증상에 대한 처방을 해드리겠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시고 되도록 죽을 먹거나 금식하세요.
화랑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을 나왔다. 따뜻한 날씨에 화랑은 울컥 눈물이 나올뻔 했다. 그니까 장염 하나 때문에 후장이 따인거라고? 화랑은 수치심에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그래도 화랑은 약국으로의 바른길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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