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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의 그림일기7
제목:커피

패치대리가 요새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고 또 이상하다. 가볍게 농담을 해도 듣지도 않고 저번에 횟집에서 신세져서 커피를 쏘겠다고 해도 마다하고 무슨 짓을 해도 무표정이다. 나와 패치대리는 제법 유대가 돈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였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은근히 기분이 나쁘네? 내가 지 술주정도 들어줘, 말도 잘 들어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나는 한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패치대리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고 화가났다. 감정에 비례해 키보드를 두드리던 내 손도 과격해지고 빨라졌다. 두두두두두. 소리가 점점 커지자 주위 직원들이 나를 쳐다봤고 그 소리가 패치대리 귀에도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나 당신을 거슬리게 하는데도 나를 저지하지않는 이유는? 나의 컴퓨터 화면에는 '패치 대리가 나를 피하고 있다'라고 적혀있었다.
온종일 업무에 집중이되지 않았다. 보고서는 보고서대로 현장은 현장대로 신경쓸 것이 많았는데 온종인 나의 알수 없는 감정소비로 인해 뭣하나 완성된 것이 없었다. 헉, 큰일이다 이거 내일까지 제출인데.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쳐다보았다. 6시네 오늘 야근해야겠는걸. 직원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접때 사고를 쳐서 혼났던 신입도 내일 뵙겠습니다 하며 빙긋 웃었다. 나는 웃고싶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내일보자고 인사를 했다. 부럽다 퇴근하고. 나는 지갑을 챙겨 밥 먹고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패치대리도 퇴근을 하려는 건지 짐을 챙기길래 인사를 하려고 다가가려했는데 괜히 괘씸한 기분이들어 목례만 까딱하고 나왔다. 패치대리도 목례만 까딱. 그것도 탐탁찮은 표정으로. 그 표정에 절로 짜증이 났다.
꽤 괜찮은 저녁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시 컴퓨터를 키고 정수기 앞으로가 패치대리 서랍에 있는 블랙커피 2개를 훔쳐(꿍쳐놓고 나중에 먹어야지~) 종이컵에 넣고 따뜻한 물을 받으며 휘바람을 불었다. 커피 가루는 따뜻한 물 속으로 녹아들었고 나는 커피봉지를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종이컵을 살살 돌렸다. 녹아라 녹아라ㅡ
쾅!
자리에 턱을 괴고 종이컵을 돌리고 있던 나는 사무실 문소리에 토끼눈이 되어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패치대리가 나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어정쩡한 포즈로 나와 눈을 마추고 있었다. 그렇게 눈을 맞춘체 한참 침묵이 흐르다 패치대리는 놀란 표정을 지우고 자네 퇴근하지않았나?라고 물었다. 그건 내 질문인뎁쇼 나는 머리를 한번 털고 아 잔업이 남아 있어서..라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패치대리는 조그만 목소리로 그런가 하더니 곧 자기 자리로가 앉으며 아무렇지않게 본인 업무에 집중했다. 패치대리도 잔업이 있나. 나도 패치대리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다시 잔업에 집중했다.
우와 다 끝냈다ㅡ나는 으으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폈다. 그러자 꿈뻑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져 기지개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종이컵을 꺼내 훔쳤던 블랙커피를 따뜻한 물에 탔다. 그리고 봉지를 버리고 또 다시 종이컵을 느리게 빙글빙글 돌렸다. 커피가루는 사막의 모래늪처럼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대리님. 내가 패치대리를 부르자 패치대리는 모니터에 가있던 시선을 내게 주었다. 뭔가. 패치대리의 대답에 나는 내가 왜 패치대리를 불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패치대리가 있는 자리로 다가가 따뜻한 커피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건넸다. 이거 대리님꺼 훔친겁니다. 하. 대리님은 알쏭달쏭한 표정을짓더니 무표정으로 알고있네. 그래서 커피는 넉넉히 사서 보관하고 있네.라고 말하며 종이컵을 건네 받았다. 패치대리의 말에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 어라. 나는 무언가 따뜻한게 볼을 타고 흐르는 느낌에 손으로 쓸어내자 패치대리는 깜짝 놀래며 내 볼을 잡고 자네 우나?라고 말했다. 패치대리의 말에 대답을 해야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아 나는 윽윽대다 말하는것을 포기하고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이상하다 어렸을때 빼고 이렇게 감정이 조절되지 않았는던적 없었는데. 이상해 이상해. 이러면 옛날 기억이 ..
울지말게.
회상에 빠지려는 찰나 따뜻한 느낌과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로 인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눈을 떴을때 패치대리의 어깨에 기대 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왜 따뜻한 느낌이 나는가 했더니 패치대리는 나를 껴안고 있었다. 뭐 내가 더 커서 안겨있는것처럼 보일테지만. 내가 거친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자 등뒤로 천천히 닿았다 떨어지길 반복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 손길에 나는 천천히 나의 페이스를 찾아갔고 패치대리는 그것을 느끼고 나를 떼어내었다. 일은 내일하지. 패치대리는 내짐을 멀뚱히 서있는 내게 쥐어주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에 나는 조급한 느낌이들어 패치대리를 따라나섰다.
ps.그 후 패치대리에게서 의외로 괜찮냐는 카톡이 와서 나는 여느때처럼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패치대리와 원래 관계로 돌아왔는데 나를 피했던 이유는 언젠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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