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패치] 치트의 그림일기6

전오수 2017. 2. 27. 01:29
제목 : 현장 실습

오늘은 현장실습이 있는 날이였다. 패치 대리는 늘 그렇듯 현장에서 능숙하게 부하들을 지휘했다.(이 사람 신입이였을 때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그리고 나는 제법 짬이차서 패치 대리의 옆에서 패치 대리가 지휘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 a구역에서는 이렇게, b구역에서는 이렇게. 역시 메뉴얼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열심히 지휘하고 있는 패치 대리를 보면 새삼 존경심 비스름한 느낌이 든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완벽할 수 있지.. (바늘로 찌르면 피 한방울도 안 나올 것 같다)

어이쿠, 새로온 어리버리한 신입이 사고를 쳐버렸다. 패치 대리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눈썹이 삐죽하게 올라가며 인상을 구겼다. 그러면 주름 빨리 생기는데.. 주변에 모든 사원들은 입을 벌리며 굳어 버렸고 어리버리한 신입은 다가오는 패치 대리를 보면서 어쩔줄 몰라 했다. (불쌍한 녀석..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 패치 대리는 어쩔 줄 몰라하는 신입의 앞에 팔짱을 끼고 서더니 잔소리 폭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 얘기를 들어보자면 부품 하나 하나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데 나사 하나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고, 얼마나 중대한 실순지 아냐고, 정신 똑바로 안차리냐고 잔소리를 그렇게 해대셨다. 윽..내가 들어도 너무 심한 것 같았다. 패치 대리는 너무 융통성이 없어. 나는 씩씩대는 패치 대리의 어깨를 가볍게 잡으며 그 정도 하심 된 것 같슴다 일이 미뤄질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할까요?하고 가볍게 타이르자 패치 대리는 나를 한번 올려다 보고 신입을 째려다봤다. 그러더니 고개를 휙 돌리며 가자고 했다. 나는 울상인 신입을 향해 한번 웃어주고 그 뒤를 따랐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 각자 역할을 잠시 놓아두고 서로 어울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러 자판기 앞에 서서 지갑을 꺼냈는데 갑자기 손이 튀어나오더니 누가 돈을 넣고 커피를 뽑았다. 누군가 싶어 지갑에서 눈을 떼고 손의 주인을 보니 바로 패치 대리에게 혼났던 신입이였다. 신입은 날 향해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뽑은 커피를 건내주며 아까는 감사하다고 했다. 나는 커피를 건내받으며 같이 먹고 사는데 당연한거 아닙니까~ 하고 맞 받아치며 미소를 지었다. 내말에 신입은 빙글빙글 웃다가 싹싹하게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하며 같이 있던 무리들에게 뛰어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서 회상에 잠길 찰나에 빨간 머리카락이 시야에 잡혔다. 나는 곧 바로 커피를 들고 그 곳으로 걸어갔다. 패치 대리는 쉬는 시간에도 보고서 같은 것을 들고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크~ 패치 대리는 나중에 분명히 과로사로 죽을 거다. 나는 패치 대리의 팔을 가볍게 터치하고 말없이 커피를 건냈다. 패치 대리는 커피를 빤히 쳐다보더니 안 마시겠다고 했다. 평소 커피를 즐겨마시던 패치 대리가 그런 말을 하자 나는 당혹스러웠다. 왜냐고 묻자 패치 대리는 아까 봤는데 하고 버럭하더니 한숨을 한번 쉬었다. 그리곤 그냥 커피가 식은 것 같아서 마시지 않겠다고 하고 실습현장으로 걸어 나갔다.

도대체 왜?
나는 아직도 따끈한 커피를 쥐고 멀어지는 패치 대리를 멍하게 쳐다봤다. 패치 대리는 정말 이상하다. 이해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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